부끄러운 성평등 백래시(back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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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60
  • 작성일2023-06-21
  • 기고자전정희
  • 담당부서대변인

* 2023년 6월 21일(수)자 전북도민일보 제9면에 게재된 전정희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의 기고문 전문입니다.

 

부끄러운 성평등 백래시(backlash)

 

전정희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

 

지난주 BTS의 데뷔 10주년 행사에는 국내 팬을 제외하고 세계 각국에서 달려온 아미(BTS 팬덤)들만 10만이 넘게 모였다. 한국 영화가 내로라하는 국제 영화제에서 주인공이 된 것도 벌써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반도체에 이어 2차전지의 기술력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우주를 향한 꿈도 가시적 성과를 이루어냈다.

 

대한민국은 이제 중국과 일본의 그늘에 가려 있던 아시아의 변방이 아니라 주목받는 국가의 반열에 올라 있다.

 

그러나 최근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표한 젠더사회규범지수(GSNI) 보고서는 다시금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정치, 경제, 교육, 신체 등의 영역에서 젠더 편견(gender vias)을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는지를 비교한 결과, ‘성별에 대한 편견 없는 인구’ 비율이 칠레에 이어 가장 많이 감소한 나라로 나타났다. 남성과 여성 모두 성평등에 대한 인식 수준이 후퇴했는데 이라크, 러시아, 말레이시아, 키르기스스탄, 필리핀, 콜롬비아, 멕시코보다도 한국의 성평등 ‘백래시(반발)’가 컸다.

 

한 켜 한 켜 어렵게 쌓아 올린 평등사회를 향한 염원이 공허하다. 지난 수십 년간 이 땅의 여성들은 차별을 극복하고 여성의 인간다운 삶을 되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호주제 폐지, 남녀고용평등법, 남녀차별금지및구제에관한법률, 모성보호법, 할당제 도입 등의 결실도 맺었다. 여성들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교육과 인권, 경제활동, 삶의 질 측면에서 향상을 이루었다.

 

이것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성인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우리 사회 각 분야의 ‘성평등지수’는 지난 2017년 72.0점에서 2021년 75.4점으로 느리긴 하지만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여성에 대한 폭력(성·가정)은 만연해있고 갈수록 더 흉폭화 되고 있다. 고용시장에서의 여성 차별, 견고한 유리천장, 150만 명에 달하는 경력단절 여성의 문제 역시 평등과는 거리가 멀다. 2022년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31.1%로 OECD 평균인 12%의 2.6배에 달한다. OECD 국가 1위다. 유리천장 지수 역시 일본(28위)과 더불어 나란히 최하위(29위)를 차지하고 있다.

 

 

불과 1년 전, 윤석열 대통령 후보는 “여성에 대한 구조적인 차별은 끝났다”, “여성은 불평등한 취급을 받고 남성은 우월적 대우를 받는다는 건 옛날 얘기”라고 일갈한 바 있다. 그러한 인식의 결과물이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이었다. 페이스북에 그 다섯 글자를 올린 효과는 컸다. 이른바 ‘이대남’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뒤따랐고, ‘이대남’ ‘이대녀’ 갈라치기는 심대한 사회적 갈등을 유발했지만 선거의 승기를 잡는 데는 톡톡히 한몫을 했다.

 

“서오남(서울대, 오십대, 남성)”, “경육남(경상도, 육십대, 남성)”등으로 불릴 만큼 초대 내각은 철저히 남성 위주였다. 대법관 인사에서도 여성들은 일찌감치 임명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할당제를 배제하고 능력 있는 인사에게 평등한 기회가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의지의 결과였다.

 

정치가 왜곡시켜 버린 성평등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양성간의 대립과 갈등, 제로섬의 경쟁이 아니다. ‘남녀가 함께 행복한 사회’를 구현하는 것이다. 이미 북유럽의 경우, 평등사회를 지향하면서 저출생의 문제도 상당 부분 해결해가고 있다. 행복지수도 높다.

 

GSNI 보고서는 젠더에 대한 사회적 규범이나 인식을 바꾸는 데 있어서 정부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의 성장·발전과 거꾸로 가는 ‘성평등 백래시’라는 유엔개발계획의 보고서를 받아들고 지금의 대한민국 정부는 일말의 책임이라도 느끼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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