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발전을 위한 예비타당성조사

  • 작성자공보관
  • 조회수65
  • 작성일2021-09-27
  • 기고자김형우
  • 담당부서공보관

* 2021. 9. 27일(월)자 전북일보 제10면에 게재된 김형우 전라북도 건설교통국장의 기고문 전문입니다.

 

균형발전을 위한 예비타당성조사

 

김형우 전라북도 건설교통국장

 

스포츠에선 신장과 힘에서 유리한 몸집이 큰 선수들이 많은 이점을 갖는다. 체중에 따라 선수들을 여러 체급으로 나누는 이유는 작은 차이가 곧바로 결과로 이어지는 경기에서 같은 체급끼리 경기를 하는 것이 공정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지자체를 인구수에 따라 체급으로 나누자면 전체 인구수의 절반을 넘어서는 수도권은 비수도권 전체가 힘을 합쳐도 상대하기 어려운 수퍼헤비급이다. 수도권에 비해 몸집은 작지만 600만이 넘는 부산·울산권을 비롯해 대구와 광주 대전과 같은 대도시권은 헤비급이며, 광역시가 없는 전북과 강원은 가장 낮은 체급의 플라이급으로 비유할 수 있다.

 

1999년 재정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처음으로 도입된 예비타당성조사 제도는 체중에 제한을 두지 않는 무제한급의 격투스포츠나 다름 없었다. 지자체별로 체급차이가 컸지만 체급에 관계없이 모든 지자체가 경제성과 정책성 분석이라는 똑같은 경기규칙을 따르도록 하였다. 경기가 진행될수록 수퍼헤비급 수도권의 독무대가 이어지자 정부는 2019년 서울경기인천의 수도권과 서울경기인천을 제외한 나머지 시도를 비수도권이라는 두 개의 체급으로 나누었다.

 

이러한 규칙은 철도나 고속도로 및 국도 등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투자를 위해 5년 또는 10년 단위의 중장기계획을 수립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 지자체에선 이와 같은 정부의 중장기계획에 지역사업들을 반영하기 위해 사활을 건다. 대규모 SOC 사업들이 기반시설로서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경제성은 지역사업의 국가계획 반영여부를 결정하는 첫 번째 관문이다. 비용 대비 편익이 높아야 경제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편익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교통수요는 인구수에 비례한다. 당연히 교통수요가 많은 수도권과 대도시권이 다른 지역보다 경제성 분석에서 유리 할 수 밖에 없다. 인구수는 바로 국가 중장기계획에 지역사업을 반영하는 실력과 직결된다.

 

그러나 부산·대구·대전·광주와 같은 근육 빵빵한 헤비급 대도시권과 플라이급의 전북이 비수도권이라는 동일한 체급으로 묶여 지금도 한 무대에서 맞짱을 뜨고 있다. 처음부터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없는 게임이다. 여전히 수도권과 대도시권의 벌크업(Bulk-up)은 계획되고 있지만 전북은 체중 증가는 커녕 오히려 원하지 않는 다이어트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계속 이와 같은 불공정한경기가 진행된다면 체급과 실력차이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헤비급은 헤비급끼리 플라이급은 플라이급끼리 경기를 할 수 있도록 규칙을 바꾸는 것이 공정한 경기를 위한 첫걸음이다. 서울·경기·인천의 수도권과 부산·대구·대전·광주 등과 같은 대도시권 그리고 전북과 강원처럼 광역시가 없는 강소도시권으로 예비타당성조사의 체급을 나누고 체급에 맞는 경기규칙을 마련해야 한다. 예비타당성조사 제도가 균형발전에 역행하는 걸림돌이 아니라 지역의 발전격차를 해소하고 지역이 상생하는 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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