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폐지?

  • 작성자공보관
  • 조회수120
  • 작성일2022-02-25
  • 기고자전정희
  • 담당부서공보관

* 2022. 2. 25일(금)자 전북도민일보 제9면에 게재된 전정희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의 기고문 전문입니다.

 

여성가족부 폐지?

 

전정희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

 

젠더 이슈는 대선의 단골 의제다. 인구의 반이 여성이니 당연한 일이다. 그동안의 대선에서는 “여성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여성이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주로 관심을 기울였다. 이번 대선 역시 ‘여성’이 선거의 중심에 불려 나왔다. 그러나 관심 주제는 이전과 딴판이다. ‘여혐’과 ‘반페미’가 대신 그 자리를 차지했다. 밑도 끝도 없는 ‘여성가족부 폐지’다.

 

과거 이명박 대통령도 당선인 시절, 여성가족부에 대해 “여성부는 여성 권력을 주장하는 사람들만의 부서”라고 폐지를 거론했다가 여성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결국 가족 업무를 떼어 내고 이름을 ‘여성부’로 바꾸는 선에서 그쳤다. 그러다가 2년 후에는 기존의 가족 정책에 청소년 정책 업무까지 이관받으면서 다시 ‘여성가족부’로 간판을 바꿨다.

 

지금 또 여성가족부를 폐지해야 한다, 오히려 남성들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대남과 이대녀라는 이름으로 남녀를 갈라치기하고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었지만 그것이 여론조사를 통해서 결정할 사안인가?

 

여가부 업무는 여성 정책, 권익 증진, 가족 정책, 청소년 정책으로 분류된다. 2022년 여가부 예산은 1조 4,650억원, 전체 정부 예산의 0.24%를 차지하는 초미니 부처다.

 

여가부 예산 중 가장 많은 비중(61.9%)을 차지하는 부분은 한부모 가족 지원, 아이 돌봄 서비스 같은 가족과 관련된 것이다. 권익증진은 폭력과 범죄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업무다. 남성 수혜자도 20.8%를 차지한다.

 

논란이 되고 있는 여성정책 예산조차 경력단절 여성 지원에 가장 많이 쓰이고 있다. 임신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에게 다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내용은 극단적 페미니즘의 문제가 아니라 보편적 인권에 관한 것이다. 인간이 국가로부터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보살핌이다. 정책수행 과정에서 불충분하고 부적합한 부분이 있었다면 개선해나가면 된다.

 

그러면 여가부 폐지론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우리 사회에 구조적 성차별은 사라졌는가? 2021년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성격차 지수’에서 한국은 총 156개국 중 102위에 머물렀다. 성별임금격차는 OECD 국가 중 1위, 유리천장지수는 OECD 국가 중 9년째 꼴찌, 경력단절 여성은 150만명에 달한다. 임금은 남성보다 여성이 평균 35% 덜 받는다.

 

우리나라 100대 기업 임원 중 여성 비율은 4.8%에 불과하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은 여성 이사가 2명 미만인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제 글로벌 스탠다드가 된 ESG 평가 지표는 성별 다양성과 성평등에 관한 젠더 이슈에 주목하고 있다. ESG 평가가 낮은 기업들은 점차 국내외 투자자와 주주들로부터 외면받게 될 것이다.

 

대선 후보가 “여성은 불평등한 취급을 받고 남성은 우월적 대우를 받는다는 건 옛날 얘기”라거나 “여성에 대한 구조적 차별은 끝났다”고 한다. 남녀 고용차별과 임금 격차, 여성에 대한 폭력, 불평등한 실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각종 수치는 외면하는 것인가. 모르는 것인가.

 

정치는 시대의 어젠다를 선점함으로써 국가를 미래지향적으로 이끌어가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는 인기 영합과 득표주의에 매몰되어 젠더 문제를 도구화하고 있다. 이 세상에 여성이 없는 남성만의 세상은 없다. 남성들도 대개는 어머니와 누나, 여동생 그리고 아내, 딸과 같은 여성들의 삶과 희로애락의 궤적을 같이하기 마련이다. 그 여성들에게 차별이 온존한 잿빛 미래를 남길 것인가. 남녀가 함께 행복한 평등 세상을 남길 것인가.

 

한국의 대선은 지금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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