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4월 8일(월)자 전북도민일보 제9면에 게재된 최재용 전북특별자치도 농생명축산식품국장의 기고문 전문입니다.

 

현명한 농부의 선택, 농작물 재해보험

 

최재용 전북특별자치도 농생명축산식품국장

 

작년 여름 우리 지역은 여태껏 경험하지 못한 지엽적이고 순간적인 폭우로 논밭이 물에 잠기고 축사와 비닐하우스가 침수되며 큰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하늘은 참 무심하기만 하다. 올해 2월 전후로는 비가 많고 해가 뜨지 않는 날이 상당히 길었다. 그러자 자연재해로부터 상당히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비닐하우스 안에 심은 딸기, 수박 등 농작물에 문제가 생겼다. 꽃이 피지 않고, 열매를 맺지 못하고, 평소에 없던 병이 잦아진 것이다.

 

이처럼 농가가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게 되며 우선 떠오르는 대책은 정부와 지자체가 지급하는 재난지원금 지원이다. 농업재해에 따른 재난지원금은 농약대 혹은 대파대의 명목으로 지급된다. 참고로 농약대는 피해를 입은 농작물의 생육을 되살리고 병충해를 방제할 목적으로 농가가 응급조치 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을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하는 것이다. 참고로 양파와 같은 채소류의 경우는 농약대는 1ha(3천 평) 기준으로 240만원이 지원된다.

 

흔히들 정부와 지자체의 재난지원금을 피해보상금으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재난지원금은 피해받은 작물에 대해 농가의 응급조치 활동을 지원하는 제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농가들은 피해 보전을 받기에는 재난지원금이 너무도 부족하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다른 제도적 대안은 없는 것일까?

 

자연재해로 인한 농가의 피해 보전은 농작물 재해보험이 일정 부분 기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여타의 보험이 그렇듯 농작물 재해보험 또한 결코 농가의 기대만큼 수월하게, 또 충분하게 받는 것은 아니다.

 

보험금 지급에 앞서 보험사가 피해 정도에 대해 엄격하게 현장 검증을 하고, 보상에 있어서도 일정 부분 자기부담율을 적용하는 등 일반적인 보상체계를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피해 검증과 결정된 보험금액에 대한 농가의 불만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숙명을 안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농작물 재해보험은 여타의 보험과 다른 점이 있다. 농업인의 어려운 형편과 자연재해에 취약한 농업의 특수성으로 보험료 납부와 보험금 지급이 시장경제의 원리로만 결정되고 작동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농작물 재해보험은 여러 우여곡절을 거쳐 농협에서만 취급하게 되었다.

 

또한 농가가 납부하는 보험료는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통상 보험료의 20%를 농가 부담으로 하고 있지만, 현실에서의 농가부담은 그보다 훨씬 적다. 우리도의 경우 2023년 기준 농작물 재해보험에 가입한 전체 보험료 중 농가 부담은 14.2%이다. 일부 시군의 경우는 시군과 지역농협에서 농가 부담을 전부 내주어 농가 부담이 0%로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

 

작년 2023년 기준으로 우리도에서는 7만 7천여 농가가 농작물 재해보험에 가입했다. 전체 보험료는 1,084억원이고, 지급된 보험금은 1,434억원이다. 실제 농가가 낸 보험료가 140억원인 걸 고려하면 보험료 대비 10배의 보험금이 지급된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응급조치로 시행하는 농업재해에 따른 재난지원금과 함께 농작물 재해보험은 그래도 농가가 받게 되는 농업피해에 대한 실질적인 보전책이라 생각된다. 여전히 제도개선이 필요하다지만 그래도 농가에게 이익이 되는 제도임은 분명하다.

 

올해는 그래도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 보험료라도 아껴 보겠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우리는 자동차를 운전하게 되면 너무도 당연히 자동차운전보험을 든다. 이제 농사를 지음에 있어 가입이 가능한 품목일 경우라면 무조건 가입해두는 것이 현명한 농부의 선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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