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1월 23일(화)자 새전북신문 제10면에 게재된 최선우 전북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 연구사의 기고문 전문입니다.
여러해살이 밀과 재생농업
최선우 전북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 연구사
미국 캔자스 주의 한 연구소에서 일년생이 아닌 여러해살이 밀 품종을 개발했다. 밀과 쌀을 포함한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곡식은 파종 후 1년 안에 수확이 끝난다. 개발된 밀은 사과나 배처럼 한번 심으면 한번 심으면 여러해 동안 수확하여 땅을 갈지 않아도 되므로 토양 유실량이 적고, 생물다양성이 연속적으로 연결되어 생태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품종이다.
여러해살이 품종을 왜 개발했을까? 한마디로 토양 표층의 유실을 막기 위함이다. 환경에 이익적인 요소를 재생시켜 토양을 복원하는 재생농업의 한 줄기이다. 석유는 사용량만큼 재생되지 않고 사라진다. 토양도 같다. 한번 유실된 토양은 재생되지 않는다. 잦은 경운 횟수는 토양 유실을 가속화시켰다. 지난 수천 년의 시간동안 형성 된 토양 표층이 씻겨 내려가면 결국엔 단단한 바위 층이 드러나 식물이 뿌리 내릴 자리가 줄어들게 된다. 흙 한 줌 한 줌이 귀해진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재배적인 방안으로 토양을 갈지 않고 재배를 이어가는 무경운기술이 지속적으로 개발되어 적용되어 왔다. 다른 방법인 육종적인 접근으로 여러해살이 식물을 재배하여 경운 횟수를 줄여 토양 유실을 막으려 개발한 품종이다. 또한, 한 번 내린 뿌리는 땅 속으로 3미터 이상까지 뻗어 내려간다. 대기 중의 탄소를 토양에 전달하여 탄소 저장고 역할을 하며, 땅 속 깊은 곳의 영양소와 물을 효율적으로 흡수하여 지상부로 끌어 올린다. 알곡을 수확하고 남은 잎과 줄기는 소를 방목하여 사료로도 활용될 수 있어 이용가치가 높다.
이는 1983년, 하나의 아이디어로 출발했다. 유기농 연구소로 알려진 미국 로데일연구소의 식물 육종가들이 영속성 있는 토양관리를 위해 곡물 육종에 대한 영감을 가지고 비전을 제시하였다. 1976년에 설립된 미국 캔자스주에 위치하는 비영리연구기관인 The land Institute가 아이디어를 연결하여 개발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미국, 스웨덴, 프랑스, 벨기에 등 국제적인 관심 속에 공동연구도 거치며 30여 년의 노력 끝에 현재는 100명의 농업인이 생산하고, 소비구조까지 연결한 유통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수량과 품질, 재배, 수확, 가공 기술 등 아직 기존의 밀 퓸종의 장점에 미치지 못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가까운 미래에 전세계의 이를 재배하기를 희망하는 농업인이 대규모생산을 위한 경제성까지 갖출 수 있도록 기 개발된 품종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품종 육성을 계속하고 있다. 아이디어가 현실이 되기까지 긴 시간을 투자했다. 많은 연구자와 연구비가 투입되고, 농업인이 연대하였다. 지구와 함께 살아 나가기 위해 연구자, 농업인, 유통업자, 가공업자 등 산업체, 소비자 서로간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지속적으로 연결되었다.
들판의 풀들만 한번 심어 매년 수확하는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을까? 재생되지 않은 토양이 사라지는 걸 막기 위해서 풀이 아닌 나무에서 쌀과 비슷한 곡류를 생산하여 얻을 수 있다면 이것도 새로운 접근이 될 것이다. 새로 만들지 않고 기존의 것을 이용한다면 예로 밤과 도토리는 어떤가? 한 번 싹이 트면 수십 년 동안 매년 열매를 맺어 땅에 떨어진다. 간식으로 먹기도 하지만 식량의 의미로 밤을 밥에 너 먹어 왔다. 지금처럼 쌀과 밀이 흔하지 않던 선사시대 무덤에서 밤이 발견되었고, 중국의 동방삭이 죽었다가 일 년 만에 살아오면서 저승에 있는 동안 밤만 먹고 살았다는 이야기가 있으며, 저승 가는 길에 노자 식량으로 올리기도 할 만큼 밤도 중요한 식량의 하나였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서양에서도 밤가루를 아몬드가루처럼 빵, 과자를 만드는 재료로 이용하고 있다. 도토리가 열리는 참나무 숲과 밤이 열리는 밤나무 숲은 잎이 땅위에 떨어져 쌓이면서 물 저장고가 되고, 산나물과 버섯도 자라는 서식처가 된다. 순창의 밤은 기후변화 대응이 요구되는 이 시기에 토양에 탄소와 물을 저장하는 여러해살이 밀 품종처럼 새로운 해결책이 될 수 있으니 지역 농산물 홍보에 적극 이용할 수도 있다. 밤뿐만 아니라 우리가 미처 눈치 채지 못한 방법들이 주변에 있으니 이를 엮어 내고 확산시킬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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