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의 눈물과 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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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180
  • 작성일2024-01-22
  • 기고자정호윤
  • 담당부서대변인

* 2024년 1월 22일(월)자 전민일보 제15면에 게재된 정호윤 전북특별자치도 인권담당관의 기고문 전문입니다.

 

김대중의 눈물과 용서

 

정호윤 전북특별자치도 인권담당관

 

지난 1월 6일이 김대중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애는 파란만장했다. 테러와 납치, 군사 법정에서의 사형선고 등 4번의 죽을 고비를 넘겼다. 군사정권의 강압으로 미국에서 망명 생활을 했고 오랜 가택연금의 시간을 보냈다. 빨갱이로 몰려 손가락질도 받았다. 그럼에도 4번의 도전 끝에 73세의 나이에 대통령이 되었다.

 

대통령으로서 금모으기 등을 통해 IMF위기를 극복했고 정보화 시대를 열어 대한민국을 IT 강국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대중문화를 개방하고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문화정책으로 한류의 기반을 만들었다.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고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해 민주화를 이뤄냈고 최초로 정권을 교체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의외로 눈물이 많은 사람이었다. 5·18 희생자가 묻힌 광주 망월동 묘지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서 오열했던 장면은 아직도 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있다. 199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방송에 출연해 1959년 사별한 첫 번째 부인을 언급하면서 감정이 복받쳐 말을 잇지 못하고 눈가에 눈물이 맺혔던 장면은 많은 여성의 마음을 움직였다.

 

평생을 자신의 신념과 의지대로 살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지만 자식들 문제는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대통령 임기 후반 자식들의 불미스러운 일로 국민에게 사과하고 자신이 만든 정당에서 스스로 탈당했다. 자신으로 인해 힘든 삶을 살았던 자식들에 대한 연민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도 자유롭지 못했던 것 같다. 특히 장남 김홍일 전 국회의원에 대한 애틋함이 컸다.

 

1948년에 태어나 2019년에 사망한 김홍일은 파킨슨병으로 2000년대 들어서부터 거동이 어려웠고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 장례식때는 ‘아버지’라는 말 한마디도 힘겹게 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되어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김홍일에게 파킨슨병에 온 것은 고문 후유증을 원인으로 본다. 1980년 5월 15일 김홍일은 5·18내란 음모사건을 조작한 신군부에 연행 된다. 생전 김홍일의 증언에 따라면 “끌려온 첫날, 하루를 한마디 말도 없이 구타만 했다. 정신을 잃었다가 다시 눈을 뜨니 새 얼굴이다. 까무러치기를 여러 번 ‘차라리 죽이라’고 소리쳤다. ‘죽여달라고? 이놈이, 여기서 죽는 것이 가장 호강하는 거야. 너 좋으라고 죽여줘?’ 카메라가 보였다. 만약 내가 자백을 하면 ‘봐라 김대중이 아들이 말했다’고 악용하려는 것일 거다. 나는 혹여 고문에 못 이겨 허위자백을 할까 두려워 수사관의 눈을 피해 자살을 기도했다. 책상에 올라가 머리를 시멘트 바닥으로 처박고 뛰어내렸다. 이때 목을 다녔다”

 

정동채 전 문화관광부 장관은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서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아버지로서의 눈물을 꼽았다. 장남이 안색이 안 좋은 상태로 집에 들어오니까 ‘어디 아프냐’ 물어보면서 ‘제발 좀 아프지 말라’고 말하면서 눈물이 맺히는 걸 보고 울컥했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고문을 받았던 김홍일이 더 마음에 박혔던 것 같다.

 

그런데도 김대중 전 대통령은 5·18의 주범 전두환과 노태우를 용서했다. 김영삼 당시 대통령에게 건의해 감옥에 있던 전두환과 노태우는 석방됐다. 대통령에 취임하고 나서는 그들을 청와대에 초청했다. 전두환은 평생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청와대 초청 받아서 자기가 7년 동안 대통령을 하면서 얻었던 경험이나 지혜를 물어봤을 때였다는 말을 남겼다. 지금 우리가 기억해야 할 김대중 정신은 세상을 위해서는 원수하고도 관용하고 소통하는 태도가 아닐까 싶다. 김대중의 아들이었기에 삶이 고단했을 고 김홍일 전 국회의원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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