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려내야 할 지역화폐 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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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2022-11-04
  • 기고자전정희
  • 담당부서대변인

* 2022년 11월 4일(금)자 전북도민일보 제9면에 게재된 전정희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의 기고문 전문입니다.

 

되살려내야 할 지역화폐 예산

 

전정희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

 

회오리처럼 이태원의 참상에 대한 충격이 온 나라를 뒤덮고 있는 지금, 국회에서는 내년도 나라 살림의 규모를 결정하는 중차대한 일들이 소리 없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예산국회에서 최대 쟁점의 하나로 떠오르는 것이 지역화폐(지역사랑 상품권)의 생사 여부다.

 

지역화폐는 전국 232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내 소비 진작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추진해온 사업이다. 2018년 군산의 조선·자동차 공장 폐쇄를 계기로 고용위기지역 소상공인을 위해서 국고가 지원되었고,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2020년부터는 그 규모가 확대되었다.

 

그러나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지역화폐 예산을 전액 삭감해버렸다. 코로나 규제가 완화되었고 3년 한시적 사업이었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소상공인, 자영업자, 슈퍼마켓 업체들까지 매출 타격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지역주민들 입장에서 지역화폐는 대체로 10% 정도의 할인 효과가 있어 가정경제에 실질적 도움이 되었다. 그것은 지역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제한을 뛰어넘는 이점이었고, 저금리 시대의 마법처럼 시민들을 유혹했다.

 

또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입장에서 지역화폐는 소규모 매장에서만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대형마트나 백화점의 존재와 상관없이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살리기 위해서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주말 영업을 규제하는 기존의 정책보다도 소비자들을 골목상권으로 유인하는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소비를 통한 자금의 역외유출을 걱정하는 지방의 중소도시에서는 발행 지자체 내에서만 사용 가능한 지역화폐가 역내 자금 순환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컸다.

 

그동안 지역화폐의 국비 지원 비중은 2019년 37.4%, 2020년 47.6%, 2021년 52.2%로 꾸준히 증가해왔고 그만큼 사업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몫을 담당해왔다. 그러나 올해 이미 정부가 지원 예산을 줄이면서 지자체들은 곤란을 겪었다. 그나마 올해는 충전 한도나 할인율 등의 인센티브를 대폭 축소하는 방법으로 겨우 버텨낼 수 있었다. 만약 전액 삭감이 그대로 고수된다면 지자체 재원만으로 이러한 인센티브를 유지하기엔 한계가 있다. 특히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의 경우 지역화폐가 더욱 필요한 상황임에도 사업의 존폐를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조사에 의하면, 정부의 지역사랑상품권 지원예산 전액 삭감에 대해 63.4%가 반대한다고 응답해서 찬성 23.0%보다 2.7배 정도 높게 나타났다. 지역화폐에 대한 만족도는 86%를 상회해서 지자체 사업 중 거의 최상위를 차지한다. 이러한 높은 정책 만족도로 인해 발행 규모는 매년 늘고 있다. 심지어 문화예술 같은 분야에서도 지역 특성에 맞게 다양한 방법으로 그 영역을 넓혀가는 중이다.

 

야당은 물론 여당 지자체장조차도 그 필요성을 인정하는 지역화폐를 기획재정부만 정책효과가 없다고 반대하는 셈이다. 거기에 여당 예결위 간사는 “지역화폐 예산이 사회적 비용만 늘린다”거나 “전국에서 다같이 지역화폐 발행하면 무슨 효과가 있겠나”고 동조하고 있다.

 

지역을 살려야 한다고, 균형발전이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정작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해 온 지역화폐의 존재에 대한 인식은 너무 가볍다. 지역화폐는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된다는 공익적 가치와 나 자신의 경제적 이로움이라는 사적 효용까지 더해져 소시민의 삶에 소소한 행복을 가져다준 의미 있는 도구다.

 

국회는 전액 삭감된 지역화폐 예산을 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가 63.4%의 여망에 부응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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