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다양성 보전의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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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2023-05-30
  • 기고자최선우
  • 담당부서대변인

* 2023년 5월 30일(화)자 새전북신문 제10면에 게재된 최선우 전북농업기술원 연구사의 기고문 전문입니다.

 

생물다양성 보전의 핵심

 

최선우 전북농업기술원 연구사

 

최근 병원에 갈 일이 있었다. 뒤로 산이 있는 병원은 도로 건너 바쁜 도심지가 훤히 보이는 정문 방향으로 정원을 가꾸었다. 휠체어로 이동이 가능한 산책로를 만들어 공원같다.

 

두 명의 환자가 콘크리트벽 대신 심은 호랑가시나무 아래 쭈그리고 앉는다.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넝쿨식물을 뽑는다. 나무를 시원하게 해 주었으니, 병을 낫게 해줄거라 한다. 휠체어를 밀어주던 친구가 기분이 좋아 건강한 소녀처럼 까르르 웃는다. 아기자기한 산책로를 돌며, 정원에 심어진 단풍나무, 감나무, 소나무를 이야기한다. 나무 아래 자리잡고 있는 풀들을 보며 말한다. 건강한 시간엔 굽어다 볼 여유나 있었을까? 개망초의 하얀 꽃이 이쁘다 한다. 살갈퀴의 보랏빛이 예쁘다 한다. 달맞이꽃, 노란 꽃을 피운 씀바귀와 민들레 등 여러 풀을 보며 먹는거라고 말한다.

 

꼬투리에 2알 박힌 새완두 종자를 모은다. 보도블럭 사이 보지 못하던 풀을 살포시 뽑으며 식물 건조표본에 추가할거란다. 관상수 사이로 잔디와 어울려 자리잡은 이 풀들을 잡초라고 다 뽑아냈다면, 이들의 대화 소재는 사라질 뻔 했다.

 

잡초라 불리는 풀들은 우리 뇌 한 쪽에선 친근한 동무처럼 자리하고 있다. 여러 풀들을 보니 무당벌레가 좋아하는 진딧물이 사는 식물이다. 풀이 땅 한쪽 비집고 뿌리를 내리면 진딧물이 날아든다. 진딧물을 보고 다시 무당벌레가 날아 들어 알을 낳고 애벌레가 자라 세대를 지속하는 공간이 된다. 도심지 정원 빈 자리에 풀들을 자라게 그대로만 두어도 벌과 나비가 날아든다. 이를 기대어 사는 생물이다. 천적이 모여 해충을 잡는다. 꿀벌이 날아와 열매를 맺게 한다.

 

작은 풀들이 환자에겐 치유의 수단이고, 생물에겐 삶의 터전이고, 생태계를 잇는 연결고리임을 이 병원은 알고 있었던 것일까? 풀을 적당히 살려 둔 정원 안에서 계절이 바뀌고 있었다. 겨울을 푸르게 보내던 월동콩과식물은 종실을 맺어 잎은 매말라 다음 생을 기약한다. 여름을 맞이할 새로운 풀들이 하나씩 밀어 올라오고 있다. 자연스레 알아서 시기를 맞추어 나서 사라지고 있다. 이것이 생물다양성이고, 생태계의 조용한 순환이다.

 

최근 유럽연합에 이어 일본도 생물다양성 전략을 개정하여 지속가능한 생태계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2022년 제15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CBD, 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 당사국총회(COP15)에서 채택한 전지구적 생물다양성 전략계획인 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 논의 결과에 발맞추어 ‘농림수산성 생물다양성 전략’ 개정 추진하고 있다.

 

이미 전지구적으로 기후변화와 자연재해에 따른 생물다양성 감소에 대한 우려로 국제적으로 생물다양성 보전을 강조하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주요 전략 및 대책을 보면 생물다양성 중요성 인식 제고, 관리, 경제성장과 함께하는 생물다양성 보전, 생태계 복원 및 보전, 국제협력 및 지역사회 참여, 정보의 수집 및 공유를 담고 있다. 국제단체에서도 개개인에게 생물다양성 가치를 인지시키고 확산시킴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또한 지역사회의 참여가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핵심이 됨을 알고 있다. 도심이기에 생물다양성을 보전시킬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은 이미 병원정원 산책로에서 극복이 되고 있었다. 그동안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수많은 연구와 정책개발이 이루어져 왔다. 이젠 흩어진 점을 이어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연구자와 정책입안자만이 고민하는 작은 원에서 지역사회공동체와 국제협력을 연결하는 커다란 원으로 연결하고 확대시킬 방안을 찾아야 한다.

 

우리나라도 COP15에서 채택된 프레임워크 이행을 위해 ‘제5차 국가생물다양성 전략(2024~2028)‘를 수립하고 있다. 이 안에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생태계 복원 등 다양한 전략이 추진되고 있다. 마음 속에 자리잡은 작은 생각 하나, 일상 속의 작은 생물에 대한 감사와 애정이 멸종위기종을 살리고 생물다양성을 보전하는 씨앗이 될 수 있으니, 생물다양성 보전 행동의 핵심이 되는 전국 곳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에 대한 전략도 무게감 있게 추진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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