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춤과 판소리 전용극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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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2023-11-28
  • 기고자김무철
  • 담당부서대변인

* 2023년 11월 28일(화)자 전라일보 제13면에 게재된 김무철 전북도립국악원 학예연구사의 기고문 전문입니다.

 

한국 전통춤과 판소리 전용극장이 필요하다

 

김무철 전북도립국악원 학예연구사

 

<전통 공연예술을 활용한 문화ㆍ관광진흥 방안 세미나>가 지난달 11일 전라북도의회에서 있었다. 주제 발표를 한 전주대학교 김정수 교수는“지역성과 독창성 있는 공연 소재 발굴, 장기적인 기획과 과감한 재정투자, 전라북도만의 공연기획”등을 제안했다. 그래서 진부하게 들리겠지만 돈 들어가는 얘기를 해야겠다.

 

전라감영(全羅監營)의 어느 근처에 운치에 어우러져 있는‘한국 전통춤 전용극장’이 탁월한 자리앉음새로 있다. 그리고 완주에는‘판소리 전용극장’이 권삼득 생가 인근에 당당하지만 거만하지 않게 자연과 조화롭게 들어서 있다.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잠깐 권삼득에 대한 설명을 붙이자면 전라북도 완주군 용진면 구억리에서 태어나서, 조선후기 「판소리 설렁제」라는 소리제를 낸 국창으로 추앙받는 판소리계 인물이다.

 

혹자는 무슨 예술 하는 사람들은 돈 들어가는 일들만 하는지 모르겠다 하겠다. 맞는 말이다. 우리 전통예술은 돈이 필요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전통예술의 가치 인식과 공공재로서 공동체 사회에 필요한 가치재로서 구현과 같은 당위적 인식은 미흡하다.

 

이병옥(용인대 명예교수, 전북 전주 출생)은 전라북도에 춤명인들이 많이 배출된 연유로 조선시대 호남과 제주를 아우르는 정치·문화·예술의 중심지인 전라감영과 전주부(全州府)가 있던 곳으로 조선시대 전주교방을 비롯하여 무주교방, 순창교방 그리고 남원에 수많은 관기와 악공들과 풍류객들이 존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춤과 소리 문화의 인프라가 오랜 역사 속에 형성되었으며,‘전주대사습(全州大私習)놀이’로 조선시대 국내 최고의 예술가들이 운집하던 고장이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들이 집을 짓고, 그리고 그 집은 우리를 만든다”윈스턴 처칠의 말이다. 전통예술 형식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며 세대를 연결하고 공동체 의식과 소속감을 키워준다. 이러한 예술 형식을 보존함으로써 우리는 문화유산이 계속 번창하고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전통예술 형식을 보존하는 것은 문화유산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경제적 기회의 문제이기도 하다. 문화유산과 연계된 관광은 오늘날의 세계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전통예술 형태는 국내외 방문객 모두를 유치하여 지역 경제에 기여하고 문화 교류를 촉진할 수 있다.

 

랜드마크는 도시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특징이 되는 시설이나 건물을 말하며,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유명한 공간의 상징적 이미지다. 랜드마크가 도시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기 위해서는 네 가지 요소 즉, 거대요소, 기적요소, 의미요소, 유희요소 중 최소한 한 가지 이상의 요소를 가지고 있고, 상징과 스토리가 더해져야 한단다. 그러니까 세계적인 도시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이나 파리 에펠탑의 역사성과 같은 거대적 요소를 가지고 있는 랜드마크이거나, 거대하고 웅장한 것도 없고 기적적이고 놀랄 만한 것도 없다면 가치와 의미를 주면서 감동을 전달할 만한 것을 만들면 그것이 도시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그 대표적인 코드는‘문화'와 '예술'이다. 그 예로 유희적 요소가 강한 에딘버러 페스티벌이 떠 오른다. 상징과 스토리가 더해진 이탈리아의 베니스는‘물의 도시’라는 명칭 아래 도시의 길이 수로로 되어 있다. 도시가 가지는 스토리는 굉장히 큰 랜드마크로 작용한다.‘오스트리아는 아직도 모차르트가 먹여 살린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모차르트의 나라로 유명하다. 권삼득도 페스티벌 랜드마크와 판소리의 상징과 도시가 갖고 있는 스토리(Story)를 버무려 강화하면 가능한 사례가 될 수 있다. 셰익스피어의 고향 영국의 스트랫퍼드처럼 말이다.

 

오늘날 공연장의 보편적인 무대형식은 액자무대라고 칭하는 프로시니엄(Proscenium) 무대가 주를 이루고 있다. 1902년‘협률사’등장으로 궁중과 기방 등에서 행해지던 춤과 소리가 극장이라는 낯선 개념의 공간에서 공연되었다. 이후 협률사는 1904년에 폐지되었고, 1906년 다시 복원되어‘원각사’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한국 최초 서구식 공연장의 형태인 프로시니엄 무대의 시작은‘원각사’에서 이루어진다. 새롭게 도입된 프로시니엄 무대에서 춤과 판소리가 공연되면서 공연의 조건이 많이 달라졌다. 프로시니엄 무대는 본질적으로 무대와 객석이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다. 이렇게 무대와 객석이 분리되면서 우리 공연문화 특유의‘추임새’도 자연스럽게 그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서양식 극장은 작품 중간에는 대부분 감상에 집중한다. 그리고 공연을 마치면 비로소 박수로 배우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우리 민족에게‘마당’은 생활공간이자 유희공간 및 노동의 공간으로 화합과 소통의 장이었다. 즉 한국전통예술의 모형 또한 이러한 마당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전통예술을 마당의 특성과 결부시켜 보았을 때 공동체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이룸과 동시에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면서 생겨난 희노애락 담고 있다. 전통적인 공연장은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없다. 소리꾼과 관객이 서로 분리되어 있지 않고 하나의 공간에 있기 때문에 관객이 공연에 참여하는 방식이 자유로웠다. 춤공간 역시 무용수가 춤을 추고, 악사가 반주를 하면 그 음악과 춤 사이의 공간에 관객이‘추임새’를 한다.

 

19세기 후반 베이징 중심부 첸먼(前門) 주위로 희원자(戱園子)라 불리는 경극 전용극장이 많이 세워졌다. 지금도 리위안극장(梨園劇場), 후광회관(湖廣會館), 창안대희원(長安大戱院) 등 80여 곳의 경극(京劇) 극장에서 공연이 열린다. 일본은 또 어떤가. 1889년에 세워진 가부키를 상연하는 도쿄의 가부키자(歌舞伎座)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명실공히 대표적인 가부키 극장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우리는 유네스코에서도 인정한 인류무형문화유산인‘처용무’와‘판소리’를 공연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전용극장이 없다. 부러워하면 지는 거다. 하지만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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