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4일 근무제와 첩족선득(捷足先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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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2023-11-28
  • 기고자이남호
  • 담당부서대변인

* 2023년 11월 28일(화)자 전북일보 제10면에 게재된 이남호 전북연구원 원장의 기고문 전문입니다.

 

4일 근무제와 첩족선득(捷足先得)

 

이남호 전북연구원 원장

 

첩족선득(捷足先得), 발이 빠른 자가 먼저 얻는다. 2015년 아이슬란드에서 세계 최초로 도입된 주4일 근무제는 세계경제포럼에서 매년 논의될 만큼 세계적인 관심사이다. 아랍에미리트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주4.5일 근무제를, 벨기에와 아시아 최초로 카자흐스탄이 주4일 근무제를 공식화하였다. 이외에도 영국, 스페인, 핀란드, 일본, 미국 등에서 많은 기업이 주4일 근무제를 실험 또는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세계 흐름과 달리 근로시간을 늘리는 논의가 있으나, 주4일 근무제는 가까운 미래이다. 여가사회라는 거스를 수 없는 큰 흐름을 읽고 지역발전의 기회로 삼는 선견지명(先見之明)이 필요하다.

 

변화를 상상해보자. 5도2촌에서는 농촌집이 별장이라면 4도3촌에서는 또 다른 주거지이다. 복수주소제가 당연시된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영화관, 헬스장, 바비큐장 등 집의 기능이 확장된다. 주택시장이 획기적으로 달라지는 건 불을 보듯 뻔하다. 캠핑도 늘어날 터이니 선호하는 자동차도 지금과는 다를 수 있다.

 

3일 동안 학교가 문을 열지 않으므로 사회교육이 매우 중요해진다. 어린이 주말 캠프와 가족이 함께 하는 워케이션이 늘어날 수 있다. 길어진 휴일을 반려동물과 보내는 이들도 많아지고, 원데이클래스 또는 나 홀로 여행을 떠나는 1인 가구도 늘어난다. 레저스포츠 인구도 당연히 증가한다. 적은 여가 비용으로 휴일을 더 길게 즐기고 건강도 챙기려는 이들이 산·들·강을 더 찾게 된다. 악기를 배우고 그림을 그리는 취미활동도 늘어나니 평생교육 시장이 커진다.

 

더 많은 상상이 가능하다. 이 상상을 현실에 적용하여 미리 준비하면 전북도가 선포한 ‘K-문화·체육·관광 거점’이라는 비전을 실현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모든 게 긍정적일 수는 없다. 휴일이 늘어나면서 전북을 찾던 여행객이 제주도나 외국으로 발길을 옮길지 모른다. 고급휴양시설이 부족한 전북은 확대되는 여가 시장의 기회를 얻지 못할 수 있다. 이제 빛을 보는 산업에 있어 인력 부족 등 어려움도 예상된다.

 

누구에게는 주4일 근무제가 위기일 수 있다. 도심 상권은 직장인이 4일만 근무하니 손님이 줄어들 수 있다. 제조업은 근로 시간 단축으로 생산 차질이 우려된다. 의료진이 확충되지 않으면 의료서비스의 질이 나빠질 수 있다. 부모에게 4일 학교 교육은 답답함 그 자체이다. 길어지는 휴일만큼 돈도 많이 든다. 있는 사람은 외국 여행을 마음껏 떠나지만 없는 사람은 TV 보는 시간만 길어진다. 여가의 양극화가 심해진다는 이야기이다.

 

일본의 아네요시 마을처럼 거안사위(居安思危)가 필요하다. 이 마을에는 ‘높은 데 살아야 평화롭다. 이 돌 아래로는 집을 짓지 마라’는 표석이 곳곳에 있다. 조상의 경고인데, 이 말을 따라 높은 곳에 집을 지은 덕에 2011년 엄청난 사망자를 낸 대지진과 쓰나미에도 피해자가 없었다고 한다.

 

주4일 근무제는 여가사회로 전환을 의미하므로 자연·문화자원이 풍부한 전북에는 분명 기회이다. 주4일 근무제가 인구감소로 지역이 사라지는 문제를 해결하는 묘수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원만 믿다가는 기회가 사라지고 지역낙후의 위기만 더해질 수 있다.

 

거안사위와 선견지명의 자세로 거대한 흐름에 한발 앞서 대비하자. 첩족선득(捷足先得), 발이 빠른 자가 먼저 얻는다. 일찍 일어난 새가 피곤하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으나, 일찍 일어난 새가 벌레를 잡을 확률이 높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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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jjan.kr/article/2023111958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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