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를 떠나보낸 주인의 마음으로 외양간을 고친다

  • 작성자공보관
  • 조회수96
  • 작성일2022-04-22
  • 기고자이정석
  • 담당부서공보관

* 2022. 4. 22일(금)자 전북도민일보 제9면에 게재된 이정석 전라북도 일자리경제정책관의 기고문 전문입니다.

 

소를 떠나보낸 주인의 마음으로 외양간을 고친다

 

이정석 전라북도 일자리경제정책관

 

누구나 한번쯤은 소중한 것을 잃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장난감일 수도, 가까운 사람일 수도 있다. 소중한 것을 잃어본 사람은 그 빈자리를 안다. 빈자리를 느끼며 후회하기도 하지만, 후회가 소중한 것을 되돌리진 못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흔히들 뒤늦은 후회에 대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말한다. 소를 잃고 나서 외양간을 고치는 것은 무용(無用)하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이를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가 있을까? 소를 잃어본 사람은 외양간의 중요성을 안다. 한번 소를 잃어본 주인은 두 번 다시 소를 잃고 싶지 않은 마음에 외양간을 점검할 것이다. 교훈을 얻은 셈이다. 즉, 떠나간 소의 빈자리를 슬퍼하는 것만큼이나 남아있는 소중한 소들을 지키기 위해 외양간을 고치는 일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전라북도는 지난 2018년 군산에서 GM대우가 철수하면서 큰 위기를 맞았다. 상용차 대기업의 철수는 국내 중대형 상용차 생산의 90% 이상을 담당하고 있던 우리 도에 큰 충격을 주었다. 군산 산업단지의 완성차 생산량은 반토막이 났고, 2만 명이 넘는 근로자가 실직하였다.

 

 자동차산업의 침체는 전후방산업과 제조업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특히, 군산 인근 지역인 익산, 김제, 완주에 위치한 자동차 협력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았다. 자동차산업 특유의 높은 수직계열구조에 따른 비대칭적인 의존도로 인해 협력업체들은 군산발 충격에 속수무책이었다.

 

 지난 2018년을 돌이켜보면, 당시 ‘전북이라는 외양간’에는 구멍이 생겼고, 그 구멍은 소들이 빠져나가기에 충분히 컸다.

 

 허나 전북도는 모든 소들을 떠나보내진 않았다. 오히려 발빠르게 대응해 많은 소들을 지켜냈다. 군산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산업위기 대응 특별지역’,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되도록 힘써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하였으며, 이를 발판 삼아 군산발 고용위기가 도내 곳곳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는 ‘고용위기 선제대응 패키지 지원사업(이하 고선패 사업)’을 실시하였다.

 

 고선패 사업은 ‘전국 1위’로 선정된 고용부 공모사업으로, ‘1천억원 규모의 예산’으로 ‘1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나가는 사업이다. 전북도는 고선패 사업을 통해 신규 일자리를 창출했고, 위기산업인 자동차산업에서 발생한 위기근로자를 성장산업인 농식품산업과 신기술산업으로 흡수시켰다.

 

 부단한 노력으로, 2020년에 시작된 고선패 사업은 지난 2년간 3,800여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였고, 888개의 위기기업을 지원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외양간에 구멍이 뚫리는 천재(天災)는 막을 수 없었지만, 소들이 외양간에 생긴 구멍으로 빠져나가는 인재(人災)는 막아낸 것이다.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코로나19라는 악재가 더해져 전북의 고용환경은 다시 없을 악조건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전북도는 이미 소중한 것을 잃어본 경험이 있다. 군산발 충격으로 많은 근로자가 실직했으며, 그 중 일부는 일자리를 찾아 전북을 떠나기도 했다. ‘소를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 주인이 외양간의 중요성을 알 듯, 전북도는 소를 떠나보낸 주인의 마음으로 2022년 일자리 사업을 철저하게 준비할 계획이다. 고용환경을 다방면으로 분석하고 이를 통해 고선패 사업을 세심하게 정비할 것이다. 이런 주인의 노력이라면 떠나보낸 소들이 돌아오는 날도 머지않아 오지 않을까?

 

 

전북도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 링크 주소

http://www.dom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79310&sc_section_code=S1N2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