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보듬어야 할 시설 밖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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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126
  • 작성일2022-10-24
  • 기고자전정희
  • 담당부서대변인

* 2022년 10월 24일(월)자 전북일보 제 10면에 게재된 전정희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의 기고문 전문입니다.

 

함께 보듬어야 할 시설 밖의 아이들

 

전정희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

 

저출산과 그에 따른 인구 감소가 우리 사회 큰 화두가 된 지 오래다. 정부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저출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비용 대비 효과는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산율은 이미 세계 최하위 수준이고 그것을 벗어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희박해 보인다.

 

그렇게 아이들이 귀해졌지만 다른 한편으로 우리 사회 곳곳에는 보호받지 못하고 학교 밖에서, 시설 밖에서 떠도는 아이들이 많다. 의지하고 기댈만한 대상이 없어서 경제적 어려움으로, 정서적 결핍으로 그들은 갈수록 사회의 뒷골목으로 밀려나거나 잊혀지고 있다.

 

최근 ‘보호종료아동’들이 연이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뉴스가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아동복지법에 따라 만 18세가 되면 아이들은 시설이나 그룹홈을 떠나 ‘자립준비청년’이라는 이름으로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거칠고 황량한 세상에서 갈 곳을 잃은 아이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 홀로 서야 하는 부담감과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등지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해 7월 ‘보호종료아동 지원강화 방안’을 마련했다. 전라북도 역시 올해 1월부터 6억 2천만원의 예산으로 자립지원 전담기관을 운영하면서 자립준비청년 700여 명에 대한 사후관리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세상에 가지고 나갈 수 있는 자립비용은 자립 정착금 800만원, 매월 지급되는 35만원의 자립수당뿐이다. ‘자립’이라는 단어가 부끄러운 수준이다.

 

아이들이 보육원에 입소하는 이유는 부모가 없거나 이혼한 경우, 부모의 학대 또는 빈곤으로 인해 아이들을 돌보기 어려운 경우 등 다양하다.

 

그러나 이들이 시설을 퇴소할 때 직면하게 되는 어려움은 크게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도 당장 경제난에 부딪히게 된다. 보호종료된 자립 1년차 아동의 59.5%가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었을 정도다.(2021, 보건복지부 자료)

 

결국 자립지원금이나 생활보조금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시설에 머무는 동안 자립생활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아이들이 어느 날 갑자기 또는 막연한 생각만을 가지고 보호 나이가 종료됨과 동시에 세상 밖으로 떠밀리듯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들이 자립생활에 적응하고 나름의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자립준비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대학 진학의 문제라든가 취업을 통해 생계를 어떻게 꾸려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지도가 있어야 하고, 퇴소후에도 정서적으로 의지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멘토의 지정 역시 필요하다.

 

아직 십대에 불과한 보호종료아동들을 법을 핑계로 세상에 내몰아 그들로 하여금 불행한 선택을 하도록 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 그들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고 온전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합류해갈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사회적 돌봄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아이를 더 많이 낳도록 하는 정책 못지않게 기왕에 세상에 나온 아이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문제도 중요하다. 그저 ‘자립’이라는 미명하에 영혼 없는 수당을 쥐어주는 것보다 더 필요한 것은 혹독한 세상에 서 있는 그들에게 꿋꿋이 홀로 설 수 있도록 손을 잡아주고 함께 가는 사회적 연대의 힘이다.

 

이들에게 울타리가 되고 받침대가 될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와 제도적 장치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유관 기관과 정부(중앙·지방) 차원의 세심한 고민이 요청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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