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5월 7일(화)자 전북도민일보 제9면에 게재된 최재용 전북특별자치도 농생명축산식품국장의 기고문 전문입니다.

 

다 와서 멈추면 어떡하나?

 

최재용 전북특별자치도 농생명축산식품국장

 

최근 주변에서 새만금 농생명용지의 활용 방안에 대해 많은 제안을 주신다. 유기농 가공 및 체험 복합단지, Non-GMO 콩 재배와 푸드테크를 바탕으로 한 식물성 대체육 및 식용유 가공단지, 영농복합 태양광발전 단지, 대규모 청년창업 스마트팜 단지, 온실 정원 및 힐링체험단지, 대규모 화훼 전시 체험단지 등 참 다양하다. 하지만 금세 뭔가가 이뤄질 거 같지만, 아이디어와 제안만 무성할 뿐 실질적인 사업 진척이 거의 없다. 왜 그런 것일까?

 

농사라 하면 흔히들 땅만 있어도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노지 농업이든 시설 농업이든 기본적으로 전기가 공급되고 물이 있어야 한다. 현재 새만금 농생명용지에는 전기와 물이 공급되지 않고 있다. 물론 임시로 주변 마을에서 전기나 물을 소량 끌어다 쓰기도 하지만 그야말로 임시이다.

 

전기의 경우 2018년 6월 KDI의 검토를 거쳐 우선 5공구만 지중화로 전기 선로를 설치하는 내용으로 총사업비가 확정되었다. 이후 한전과 한국농어촌공사간에 전기 선로 설치 협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7년이 지난 2024년 5월 현재도 여전히 검토만 진행 중이다. 주된 쟁점은 농업용지에서 전기수요가 아직 불분명하다는 것인데, 최소 필요한의 농업 기반시설이 수요 확정 후 이뤄질 시설인가?

 

전기와 함께 중요한 농업기반 시설의 다른 하나가 농업용수이다. 지난 2023년 8월 스카우트세계잼버리 대회의 파행과 이에 따른 새만금 기본계획 변경을 이유로 새만금 농생명용지 예산은 당초 부처 예산안의 3분의 1로 대폭 줄게 되었다. 그런데 그마저 반영된 농업용수 공급사업의 기본설계 수행 예산을 기재부가 수시배정 예산으로 설정하면서, 사업비 집행은 2024년 5월 현재까지도 중단된 상태이다.

 

기재부는 새만금 기본계획 변경 용역이 올해부터 진행 중이여 농업용지가 타 용도로 바뀔 수도 있으니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농업용지가 산업단지로 설사 전환하더라도 농업용수는 공업용수로 전환해 사용이 가능하다. 특히나 5공구와 6공구 일부는 이미 2010년부터 구체적 사업시행자가 확정되어 전기, 용수 등의 인프라 구축을 기다리고 있다. 기본계획 변경이라는 막연한 이유로 그저 기다리라는 것은 안 하기 위한 명분만 찾는 것같아 참 답답할 뿐이다.

 

더욱 분통이 터지는 부분은 이런 저간의 사정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새만금 농생명용지를 욕심껏 만들어만 놓고서 쓰지 않고 놀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저 땅만 있으면 하늘에서 내리는 비만 갖고 농사는 지을 수 있다는 무지에서 비롯된 말일 것이다.

 

농생명용지에 대한 다양한 사업을 제안하고 있지만 전기와 농업용수라는 최소한의 공급기반 없이는 사실상 실현되기 어렵다. 2010년 첫 사업자 선정 이후 이후 14년이 지나도록 정부가 전기와 농업용수 공급 약속조차 지키지 못한 마당에, 신뢰감을 갖고 우선 투자부터 한다는 건 무모해 보일 정도이다. 농생명용지에 어떤 큰 그림이 담길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그림을 그린다 해도 전기와 농업용수는 농생명용지 활용을 위한 최소한의 필수불가결적인 전제조건이다.

 

전기와 농업용수 공급과 관련된 행정절차 이행도 이미 오래전에 다 마쳤기에 구태여 허비할 이유도 없다. 수천억 원을 쏟아부어 만든 농업용지의 활용을 한 해 늦출 때마다 발생하는 기대이익의 손실은 실로 엄청나다.

 

‘아낄 걸 아껴야지!’하시던 어른들의 나무람이 이런 경우에 딱 맞는 말일 것이다. 농생명용지의 활용을 위해 해야 할 일은 너무도 단순하다. 그저 앞으로 2~3년내에 계획된 최소한의 예산투자만 제대로 이뤄지면 된다. 거짐 다 왔는데 여기서 멈춰서면 어떡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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