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정국, 안타까운 여성·성평등

  • 작성자대변인
  • 조회수67
  • 작성일2024-04-02
  • 기고자전정희
  • 담당부서대변인

* 2024년 4월 2일(화)자 전북도민일보 제8면에 게재된 전정희 전북여성가족재단 원장의 기고문 전문입니다.

 

총선 정국, 안타까운 여성·성평등

 

전정희 전북여성가족재단 원장

 

본격적으로 총선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전북은 ‘전주을’ 선거구를 제외하고는 이미 선거의 열기가 식어버렸지만 운동원들의 거리 유세와 유세차에서 울려퍼지는 로고송은 한동안 주민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게 될 것이다. 그 대열에 21대에 이어 이번에도 민주당 깃발로 여성 후보가 한 사람도 서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이다. 청년과 여성을 배려한다는 것은 구두선에 불과했고 모두 50~70 남성으로 채워졌다.

 

전북뿐만 아니라 이번 총선에서 전국 254개 지역구에 최종적으로 699명의 후보가 등록을 마쳤지만 여성은 14.16%인 99명에 불과했다. 공직선거법 제47조 제4항에 ‘정당이 지역구 후보를 추천할 때는 전체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 있지만 강제조항이 아닌 까닭에 매번 외면당하기 일쑤다.

 

19대부터 22대까지를 놓고 보면 거대 양당 모두 여성 공천 비율이 약간 상승했다고는 하지만 지역구 30% 여성 공천이라는 법 조항과 대표성 측면에서 볼 때 너무 더딘 발걸음이다. 게다가 험지에 공천된 여성 후보들도 많아서 당선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번 총선의 후보자 공천에서 더욱 안타까운 것은 성평등·여성 의제에 대해 국회에서 앞장설 인물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민주당조차 여성가족부 존치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있고, 오히려 남성 표심을 잡기 위해 반여성적 공약을 내건 정당도 있다.

 

각 정당들의 10대 공약에서 성평등과 여성 키워드는 찾아보기 어렵다. 저출산 문제 해결에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주로 결혼·출산 장려 정책이나 지원금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저출산의 원인이 되는 불평등한 가사·육아 분담과 여성의 경력 단절, 남녀 임금 격차와 같은 성평등과 여성 인권의 문제는 도외시하고 있다. 몇몇 정당의 경우 저출산 정책 전담 부처 신설까지 약속했지만 이미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존재한다. 조직이나 기구의 문제가 아니라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정부 조직과 정책에서 여성과 성평등은 퇴행적 모습을 보였다. 엄연한 성차별을 부정하고 젠더 갈등을 촉발시키면서 등장한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그 결과 지난 2년 동안 여성·성평등 정책은 후퇴했고, 각 지방자치단체에도 영향을 미쳐 성평등 정책 기관의 축소와 통합, 연구 기능의 약화, 예산 삭감으로 귀결되었다.

 

그러나 여성 의제는 시대에 따라 변화해 왔다. 지난 몇 년 동안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미투운동, 권력형 성범죄, 디지털 성폭력 등이 수면 위로 올라와 새로운 관점의 정립이 필요하게 되었다.

 

여성의 정치 참여 요구에 대한 당위 중의 하나는 과소대표성이다. 인구의 반을 차지하는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사회의 구성원이 되기 위해서는 그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평등 세상을 위한 정책과 입법에 나설 대표자가 필요한 것이다.

 

“홀애비 사정은 과부가 안다”는 속담이 있다. 여성 차별을 개선하고 평등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여러 입법들, 예컨대 남녀고용평등법, 모성보호법, 남녀차별금지및구제에관한법률 그리고 30여년의 투쟁 끝에 얻어낸 호주제 폐지는 동병상련의 아픔을 가진 여성 국회의원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것이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열흘 남짓의 치열한 레이스를 통해서 양성이 평등하고 남녀가 함께 잘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선량들이 선택되기를 기대한다. 어머니, 아내, 딸, 누나, 여동생은 젠더 갈등이 아니라 남성들이 손잡고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이름들이다.

 

 

 

전북도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 링크 주소

https://www.dom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63918&sc_section_code=S1N2

목록